2021. 5. 20. 17:00ㆍ집 이야기
공사 시작을 앞두고 어제는 내가 뭔가 빠뜨린 건 없는지 앞으로 공사는 무탈히 될지 걱정돼서 잠이 안 왔다.
(1시 반까지만)
오늘은 미리 연차를 내 놨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현장에 출근했다.
9시 조금 안 돼서 아이소핑크를 한가득 실은 트럭과 함께 철거 작업자분들이 오셨다.
장비들이 집 안으로 속속들이 날라졌고, 총괄팀장님은 좀 늦으신대서 현장 반장님과 함께 먼저 철거 항목들을 정리해 벽에다 표시했다.
곧 폴딩도어 실장님도 도착하셔서 실측과 함께 폴딩 위치와 바닥시공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정확한 시공 위치가 있어야 천장 철거도 거기에 맞게 하고 목공도 하니까 일단 위치를 확정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첫 돌발상황 등장! 벌써 시작됐다!
전 세입자가 거실 확장부 바닥에 보일러도 안 들어오고 너무 추웠다고 분명 난방까지는 확장이 안 돼 있을 거라고 했는데
현장 반장님이 장판을 철거해 보니 바닥을 까고 보일러 배수관을 확장한 흔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폴딩도어 바닥레일 설치를 위해 바닥을 푹푹 팔 수가 없는 것이다. 잘못하면 배수관을 째서 워터파크가...
하....... 분명 없대서 별 문제없이 되겠지 했는데.
일단 이런저런 대응책을 제시해 주시며 총괄팀장님이 오시면 같이 상의해 보기로 했다.
폴딩도어 바닥레일을 매립형으로 해서 평평하게 이어진 바닥면을 만들고 싶어서 일부러 레일커버까지 있는 비싼 브랜드를 선택한 거라
바닥을 안 까고 레일을 위에 얹어 튀어나오게 하는 일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철거 총괄팀장님이 오셨고 폴딩도어 실장님까지 셋이 시끄러운 현장에서 대피해 따로 이동해서 미팅을 했다.
두 분이 친분이 있어서 양측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되었다.
총괄팀장님이 곧 이사가는데 본인도 셀프인테리어를 하신다고 하셔서 옆에서 “철거는 어디 맡기실 거예요? OO?” “야잇ㅎㅎㅎ”
(그 바닥에서 유명하긴 한데 좀 실력 별로인 곳인 듯)
뭐 이런 농담도 하고 편한 분위기에서 미팅이 진행되었다.
보일러 배수관을 폴딩 안쪽으로만 다시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나는 확장부에도 별도로 난방시스템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전기 난방필름을 깔기로 했다.
처음엔 확장부 바닥을 까야 되는 줄 알았는데 총괄팀장님 얘기 들어보니 안 까도 되는 거여서 부랴부랴 현장에 다시 전화해서 놔두라고 하고,
철거 항목별로 하나하나 얘기하며 기입한 최종 견적서를 받았다.
총괄팀장님이 셀인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라 셀인러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험한 길을 아스팔트처럼 잘 닦고 네비도 되어 주셨다.
물론 어디로 갈지는 내가 정해야 하고 핸들도 내가 꺾고 페달도 내가 밟아야 한다.
그래도 확실히 셀인 전문가와 일하면 많은 부분 걱정과 시간이 덜어지는 것 같다.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총괄팀장님한테 작업자들로부터 물이 없다는 전화가 와서 아차 하고 물과 음료수, 초코바 같은 간식거리 몇 가지를 사 왔다.
금방 미지근해질 것 같긴 했는데 뭐.. 내일부터는 아이스박스라도 빌려다 놔야 하나?
사는 사람도 있던데 잠깐 쓰고 안 쓸 거 사기엔 좀 아깝다.
폴딩 실장님은 가시고 나머지 둘은 들어가서 물과 음료수를 놓고 몇 가지 필요한 부분을 더 확정한 다음 현장에서 대피했다.
철거 팀장님도 초보 셀인러에게 앞으로의 여정을 위한 화이팅과 당부의 말씀을 전해주시고 떠나셨다.
[오후]
나는 끝나갈 시간쯤 다시 현장을 방문해봐야 해서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며 오늘 들은 것들과 다음에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며칠 전에 방문했던 집 근처 타일가게에서 실측 연락이 안 와서 불안한 마음에 철거팀장님에게 다른 타일러를 또 소개받아 거기에 문의 전화를 했다.
원래대로라면 6월 둘째주에 타일을 하려고 했는데 날짜가 3주도 안 되게 남아서 그 떄는 어렵고 그 다음주에는 가능하다고 하셨다.
전체 일정을 일 주일 미루고 비교적 보장된 곳에 맡길 것인가?
먼저 컨택했던 타일집에서 연결해 주는 타일러와 작업할 것인가?
당연히 둘 다 견적을 받아야지.
근데 오늘 소개받은 곳은 타일가게가 아니고 작업만 하시는 타일러분들이라 타일은 내가 따로 구매해야 한다.
그럼 타일집에서 구매만 하고 여기다 맡기면 되는 거 아닌가?
일단 날짜를 잡아 본다.
하도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고 영상 찍고 하다 보니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카페로 이동해 충전하면서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 2차 위기...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OO아파트 관리사무소인데요.”
“아 네 안녕하세요.”
“지금 xxx호에 좀 가 보실 수 있으세요?”
“네? xxx호요?”
처음엔 우리 집에 가 보라는 건 줄 알았다.
“저 (xxx+1)호인데요?”
“아 그게 아니고 xxx호에서 지금 공사 때문에 민원이 들어와서요, 한 번 방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자기는 공사 동의한 적도 없는데 하루종일 너무 시끄럽다고 해서요.”
우리 집과 벽을 맞대고 붙어있는 옆 라인의 집이었다.
동의서는 우리 라인에서만 받는 거였고 공사 안내문도 여기 엘리베이터에만 붙였는데 이런 상황은 예상을 못 했다.
그러고 보니 바로 붙어 있는 집인데 당연히 제일 시끄럽겠지...
옆 라인 엘리베이터에 적어도 안내문이라도 붙였으면 좀 나았겠다. 이 부분은 나중에 관리사무소에 건의해 봐야겠다.
일단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카페를 나섰다.
셀인을 준비하면서 블로그에서 경험담 글도 많이 읽어서 이런 상황이 종종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상황 대처에 도움이 되었던 또 하나는 바로 빱이였다.
???
정말이다.
원래 좀 모르는 사람에겐 독일 사람처럼 무뚝뚝한 면이 있었는데,
'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일기 - 210522 - 이삿날. 친구집 한달살기 시작 (1) | 2021.05.22 |
---|---|
이사일기 - 210521 - 셀프인테리어 2일차: 철거 / 이사 D-1 (1) | 2021.05.21 |
이사일기 - 210519 - 김포 홈즈 방문, 공사시작 D-1 (0) | 2021.05.19 |
이사일기 - 210518 - 뉴올드하우스 청소 (0) | 2021.05.18 |
이사일기 - 210517 - 드디어 동의서 미션완료! 발코니 확장 고민 (0) | 2021.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