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22. 23:58ㆍ집 이야기
어제는 뜬눈으로 밤을 샜다.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 기분을 최대한 느끼고 싶었다.
이삿짐도 싸야 했는데, 아니 포장이사라 내가 직접 쌀 것은 없었지만 물건들을 한 달 동안 창고에 넣어 놓아도 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리고 친구 집에서 한 달 동안 지내기 위해 들고 갈 짐을 분류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았다.
옷들도 세탁을 한번 한 다음 보관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진작 좀 다 할 걸 그랬다.
정리를 열심히 하고 쓰레기봉투도 한바탕 버리고 오니 아침이었다.
잠깐 졸았다가 정신차리고 캐리어에 쌀 짐을 분류하고 있는데 이삿짐센터에서 벌써 찾아오셨다.
"따로 가져가실 짐은 다 챙겨 놓으셨나요?" 라고 하시는데 "아...아니요 지금 챙기고 있어요...(허둥지둥)" 하면서 정말 경황없이 돌아다녔다.
직원분들은 도착하셨는데 나는 뭐부터 어느 순서로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고 저기를 먼저 다 쌌다가 저기에 필요한 게 생각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것이었다. 내 당황스러움이 느껴졌는지 직원분이 큰 가이드라인을 주셨다. 일단 무슨 방은 다 보관하시는 거냐, 그럼 저기부터 포장하겠다, 아직 안 되신 부분은 저 쪽에 놓고 분류하셔라 등 말씀을 해 주셔서 그대로 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세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
냉장고 정리를 하다가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사러 편의점도 갔다 오고,
주방 서랍 정리도 갑자기 직원분과 즉석에서 하며 일회용품들을 버리고,
널어 놓은 수건들도 완전히 마르지 않아서 내가 두르고 다니면서 말리고(?)
정신 차려 보니 집이 텅 비어 있었다.
짐을 옮기다가 석고벽이 찍혔는데 그것도 이삿짐센터와 집 관리인과 어찌어찌 해결하고...
관리비를 납부하고..
알고 보니 내가 한 달씩 관리비를 당겨서 납부하고 있어서 한 달치를 더 낼 뻔 했다.
부동산 가서 4년치의 송금 내역을 다 더해 보고 난리였다.
그리고 텅 빈 안방 바닥에 누워서 좀 쉬었다.
밤을 샌 데다가 먹은 것도 없어서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 계속 돌아다녀서 다리도 아팠다.
챙겨 놓은 짐을 보니 친구한테 호기롭게 말했던 "캐리어 하나면 돼!" 가 머릿속에 메아리처럼 울리는데 눈 앞에는 캐리어 두 개와 배낭 하나, 숄더백 하나, 이불가방 하나, 아이스박스 하나와 쇼핑백 하나가 있었다.
결국 친구한테 SOS를 쳤다.
[친구 집 한달살기]
생각보다 많아진 그 짐들을 친구 차에 싣고 점심으로 맘스터치를 사서 허교도관님 이러면서 친구 집에 왔다.
여행 가는 기분도 들고 좋았다.
갈 곳이 없다고 하니 흔쾌히 나를 거둬준 그에게 감사하며
앞으로 잘 살아봐야겠다.
내게 밥이를 인도해 준 친구라 양잠시 라이브도 같이 보고 너무 신났다.
너무 졸리고 피곤하니 내일 할 일만 정리하고 자야겠다.
[내일 할 일]
- 이삿짐 중도금 입금
- 가스, 전기 요금 나머지 납부
- 철거 잔금 납부
- 철거 2차방수 셀프작업
- 샷시 견적서 확인 후 답장
- 전기 도면 보내기
- 목공 경첩, 문고리 주문. 전달사항 전달
- 강남타일 답장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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