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10 - 새벽 별, 점심 외식, 저녁 합주

2021. 11. 10. 23:58일상기록

어제 커피를 한 잔 반이나 마셔서 그런지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네 시쯤 분리수거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버리러 나가면서 네모난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기대도 하지 않았던 별들이 많이 보였다. 분리수거를 얼른 하고 나서 다시 제대로 구경했다. 한바탕 비가 지나간 깨끗한 공기를 건너 유난히 밝고 반짝이는 별이 보여 찾아 보니 시리우스였다. 그 위로 오리온자리도 보이고 겨울삼각형도 보였다. 사진을 찍었더니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선명하게 나왔다. 오 마이 아이즈...




겨울삼각형을 그렇게 많이 보면서 시리우스가 푸르스름한 색을 띠고 이렇게 밝게 반짝이는 건 처음 봤다. 한참을 홀린 듯이 보다 들어오니 다섯 시였다. 추워서 따뜻한 바닥에 잠깐 누워서 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했는데 말았어야 했다. 일어나니 Missed alarm이 한가득, 배터리는 10%... 아무리 자율출근제라지만 우리 파트 사람들은 그런 거 택도 없어서 또 큰일났다 하며 부랴부랴 출근했는데 다행히 파트장이 재택인 날이라 싫은 소리는 피했다.

요새 회사에서 재미있는 웨비나를 많이 하길래 이어폰 한 쪽으로 들으면서 일했다. 거기다 오늘은 사외벤처육성 대상 스타트업들 데모데이도 하길래 그것도 흥미롭게 듣고, 오후에는 BCG에서 나온 애널리스트가 메타버스 주제로 세미나를 하길래 그걸 들었다. 요샌 어딜 가든 다 메타버스에 XR 얘기인데 이렇게 정리 잘 된 분석 세미나는 처음 들어서 재미있었다. 그런데 마인크래프트를 보고 크리에이터를 위한 플랫폼은 아니라는 식으로 얘기하던데 자빱티비를 모르고 마인크래프트를 논하면 안 되고 메타버스 미디어를 논하면 안 되지. 이미 메타버스 미디어 컨텐츠의 새 지평을 연 팀인데 그 천재성에 비해 지금 너무 저평가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냥 보는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마인크래프트 측에서는 알아야 한다. 이미 알려나? 설마 모르나?

점심에는 부서 동기랑 신입사원, 옆 부서 동기랑 옆 부서 신입사원까지 해서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갔다. 가까이서 신입사원이라는 생물을 처음 보는, 바로 밑의 후배가 이제야 처음 생긴 이 신기한 기분. 밖에 나가서 일단 기분이 좋았고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산책도 했는데 사실 이제 회사 인간들에 대해 너무 실망하고 정이 있는 대로 다 떨어져서 처음 생긴 부서후배도 이렇다할 사명감이랄지 좋은 선배의 되고 싶은 마음 없이 그냥 회사사람 1로 대하게 되는 내 모습이 조금은 씁쓸했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합주를 했고 피자도 시켜 먹었고 연말 파티할 생각에 너무너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