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22 - 2차심사 발표 끝. 쉬자.

2021. 10. 22. 23:58일상기록

새벽 내내 대본 줄이고 줄여 연습하고,
푹신하게 자면 못 일어날까봐 침대 옆 바닥 뜨끈하길래 거기 잠깐 한 시간 정도 누워 자고 출근했다.

일하는 틈틈이 대본을 외워 보려고 했지만 틈이 나지 않았고, 점심시간에 산책하며 연습 좀 하다가 발표를 또 슥 지나가면서 보고 왔다. 얼핏 심사위원 질문에 "그런 수요가 진짜 많나요? 사람들이 그걸 위해서 그 앱을 굳이 다운받을까요?" 같은 내용이 들렸다.

심사장에 답변 같이 해 줄 팀원 1인이 함께 참석 가능했는데 팀원 친구가 회의 끝나는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맞물려서 올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나가기로 한 다른 팀원이 와 준다고 했다. 어제도 자료조사랑 대본 도와주러 오고 너무 고맙다 진짜. 대본을 프린트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거의 못 볼 것 같았고 역시나 그랬다.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시야가 좁아지고.. 기술 질문 들어왔을 때 옆에서 자기가 대답한다고 나한테 손짓 보냈다는데 그것도 안 보이고 나 참... 나도 모르게 긴장했나 보다. 발표도 많이 하고 무대도 많이 섰는데 떨렸던 적이 있었나? 있었다면 아마 준비가 덜 돼 있다는 걸 스스로 잘 알 때였을 것. 마지막 질문 답변이 끝나갈 때쯤 약간 목소리가 떨린 게 느껴졌다.

나가니 팀원 친구가 회의를 끝내고 와 있었고 사내벤처 하고 있는 친구들도 왔다. 잘 못한 것 같아서 계속 마음이 쓰이고 아쉬웠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뭐. 심사위원들 질문으로 봐서는 저거 안 될 것 같은데 하고 가정한 질문이 아니고 어떻게 더 완성시킬지, 다음 단계 심사에서 잘 보일지를 지적하는 질문이었던 것 같아서 일단 긍정적으로 생각하고는 있다. 팀원 친구가 사 준 커피를 마시면서 같이 잠깐 걷다가 개발자 구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가. 지금 눈 앞 단계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이번 주말은 우선 좀 쉬고.

지금 사내벤처 하고 있는 친구들이 우리 나간 팀원을 계속 꼬셨는데 아무래도 결심을 해서 마음이 바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일단은 주최측에 팀원 지금 추가 가능한지 물어보기라도 해 달라고 해서 퇴근하고 전화해 봤다.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잘 말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나간 팀원이 설마 다시 할 마음이 있어서 물어보라는 건가? 아닌 것 같은데... 생각했지만 일단 그 가능성이 없다고 못박혔고, 이 사실을 전해주려 전화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마음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냥 옆에서 너무 설득하길래 한번 물어보마고 한 거라고.

사실 혹시나 주최측에 다시 잘 부탁하면 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지금 하고 있는 친구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다. 안 될 거라고 했다. 같이 일하기 너무 좋고 놀기도 좋은 팀원이라 함께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낮에 팀원 친구도 자기가 최종 선발된다고 해도 부서에서 보내 줄 상황이 아니라서 잘릴 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혼자 활동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특: 아직 2차 합격여부도 모름)이 너무 들어서 이런저런 하소연을 했다. 나랑 거의 같은 루트를 겪고 들어가서 지금 팀장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걸 이해할 것 같다. 어느 대목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내 걱정과 힘듦을 이해받는다는 생각과 잘했고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을 친구가 해 줬는데 걸으면서 좀 눈물이 났다.

그러고 보니 팀원 추가가 안 된다는 확답을 받고 나가는 퇴근길에서야 오늘 하루종일 오전에 요거트 한 컵 먹은 게 다라는 걸 깨달았다. 발표 끝나고 팀원 친구가 사 준 커피는 몇 모금 마시다 속이 쓰려 냉장고에 넣어 놨었지. 끼니를 남들보다 늘렸으면 늘렸지 건너뛰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요새 참 낯선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약 부작용이 식욕이 떨어지는 거라는데, 그 때문도 있겠네. 하루종일 교감신경 활성화 때문인지 입은 바싹바싹 말라 물만 계속 마신다. 심장 뛰는 건 이제 회사 생각으로는 덜하고 어제 오늘 발표도 끝났으니 거의 없어지겠지 했는데 또 혼자 활동하면 어떡하지(특: 2차 합격여부도 모름) 하는 걱정이 들었을 때부터 또 심장이 쿵쿵거렸다. 뭐가 불안한 거니? 지나고 보면 나조차도 나를 이해 못 하게 될 날이 금방일 텐데, 근원적으로 어떤 것에 대한 걱정이 갑자기 생겼길래 이러는 걸까. 부서 과제 발표 때문에 처음 생긴 증상 같은데 그건 이유를 알고 있다. 근데 사내벤처 팀원 생각했을 때는 왜? 상황이 완전 다르잖아. 그 둘을 관통하는 상위개념의 무언가가 두려운 건가? 어딘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전혀 그런 증상이 안 나타나는 걸 보면 100% 심리적 요인은 맞다. 단지 무언가의 역치가 낮아진 느낌인 건데, 이건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아니 근데 신체랑 정신은 100% 분리될 수 없으니까 운동을 안 해서일 수도 있으려나? 사내벤처 가면 일 널널하게 하면서 운동 다녀야지. 복싱 배우고 싶다. 이사한 집 근처에는 달릴 곳이 마땅히 없어서 안 달린 지가 꽤 오래 됐다. 생각을 비우고 달리기든 뭐든 할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 일단 오늘은 가능! 내일도 가능! 모레도 가능 너무 좋다 졸리고 피곤해서 일기도 대충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오늘 지나간 생각들이 아까워 다 기록하게 되네. 오늘은 특히나 시간 순서 뒤죽박죽 의식의 흐름으로 썼다. 배가 너무 고프고 졸린데 오랜만에 느끼는 이 퇴근 후 자유를 좀더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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