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15 - 퇴근출근, 자격과정의 향방은?

2021. 10. 15. 23:58일상기록

오늘 새벽 4시 반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빨래 돌리는 동안 사내벤처 자료조사 하기로 한 거 좀 했더니 출근 시간이 돼서 출근했다.

원래 한 20분 정도 눈을 붙였다 가려고 했는데 오늘까지 업무 자격과정 발표자료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이 다시 떠올라서 그 때부터 심장이 너무 쿵쿵거려서 잠이 확 깼다.


지지난주엔가 백신 부작용인 줄 알고 갑자기 빈맥 생기는 거 해결하러 심장내과를 가서 심장초음파, 폐 엑스레이, 심전도검사 싹 다 했는데 전혀 이상이 없다고, 심장에 문제가 있는 것도 폐 문제도 아닌 신경성과 불안때문일 수 있대서 깜짝 놀랐었다. 원체 불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최근에는 특히 맨날 행복해하면서 살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지? 혹시 회사 때문이라면 3년 전이 극도로 심했는데 왜 이제야 갑자기? 시차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싶어서 의아해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자격과정 과제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어제 들었다.

약 때문도 있는진 모르겠지만 오전 내내 자격과정 발표자료 제출날이라는 생각에 계속 뭔가 불안한 것처럼 심장이 계속 뛰었다. 아니지 불안한 게 맞지. 저 발표 끝나면 파트장이 그래서 진행된 게 대체 뭐냐며 또 얼마나 비난을 할 지 뻔히 예상되니까. 다른 부서처럼 안 하고 진짜 쌩판 맨땅에 헤딩하라고 던져준 건 본인들이면서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아침을 천천히 먹었더니 점심땐 배가 안 고파서 산책이나 하러 담배 들고 밖에 나갔다. 잘 없는 일이긴 한데 담배 한 대 피우면 쿵쿵거리는 게 좀 나아지려나, 좀 걸으면 괜찮아지려나 해서 나갔다. 릴렉스할 수 있게 우정리도 봤다. 밖에 나와 좀 걸으니까 확실히 좋긴 한데 이제 배가 좀 고파져서 얼마 안 남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후다닥 밥을 먹고 들어갔다.

오늘도 할 일은 많았고, 과제제출이 계속 마음에 걸려 있으면서도 거기엔 손이 가지 않았다. 1초라도 그것을 덜 보고 싶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진행이 지지부진한데 더 자료를 그렇게 많이 만들고 자시고 할 것도 없긴 했다. 그냥 후환이 걱정되는 거지. 업무를 쳐내면서 짬짬이 메신저로 회의하며 사내벤처 발표 초안도 작성했다. 거의 오후 늦게가 다 되어서야 과제를 제출했다. 이걸로 발표하면 당연히 좋은 결과는 못 얻겠지만... 좋은 소리도 못 듣겠지만 그래도 제출하긴 해야지 뭐... 아무리 최악이어도 죽기야 하겠어.

아참, 파트에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여기 들어온 건 일이 주 전쯤인데 이제 우리 파트로 확정된 것 같았다. 아침부터 인사쪽 부장님이 와서 뒷사람이랑 얘기하는데 자리 배치를 어떻게 할지 상의했고, 오후에는 갑자기 파트 메신저에 'o시 oo분 ooo회의실'이라고만 보내길래 갑자기 뭐지 했는데 휴가중인 파트장이 뭐냐고 물어봐서 신입사원 파트 인사타임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룹장이랑 우리 파트랑 다같이 들어갔고 그 친구는 다른 회사에서 유사업무로 1년 정도 일하다 온 거라고 했다. 여기는 신입사원은 잘 안 뽑는 조직이라 그룹에 후배가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설마 얼마전에 그룹장이 다른 파트 어떤 일 관심있냐고 물어보길래 신입 들어오면 나는 내보내주려나 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파트원 출산&육아휴직 대비한 충원이라고 했다. 그럼 내 업무랑은 상관없잖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니 그렇게 맨날 시비걸고 뭐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고 비난만 하면서 왜 내보내 주지도 않는 거야??? 대체 어쩌라고????? 대체 뭘 원하는 거지? 목적이 뭐지?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진짜 답은 사내벤처로 탈출밖에 없다...여기 사활을 걸어야 한다. 낮에 AR 개발자를 등잔 밑에서 발견했는데 이미 한번 사내벤처 센터에 있다 온 사람이라 또 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월요일에 다시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활동 가능 여부가 불투명했던 또 한 명의 팀원도 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어렵겠다고 판단해 당장 준비중인 다음 주 발표까지만 도와주기로 했다. 개발자 구인이 시급하다. 팀원 구성 제출 시 주제 연관 능력이 있어야 확실히 플러스가 될 텐데. 지금 제안서를 구체화시키는 데만 해도 관련 지식이 너무 없어서 다들 이리저리 찾고 공부하고 있다.

심사 초안을 오늘 일단 뼈대라도 보여주고 코칭을 받으려고 메신저로 열심히 상의하면서 작성하는데, 오늘은 일퇴를 종용하는 날이라 5시에 불이 꺼졌고 사람들은 사무실에서 쫓겨나기 시작했다. 하는 김에 피피티로 좀 깔끔하게 정리해서 다 보내 버리고 가려고 혼자 눈치 보며 버티고 있었다. 7시가 다 돼 가는데 밥을 받아 오기에도 애매해서 그냥 테카 포기하고 다 쓰고 가야지 하며 앉아 있었는데 그룹장이랑 팀장이 계속 왔다갔다하면서 일이 많냐고 나만 안 갔다고 계속 눈치를 줬다. 그러다 그룹장이 뭐 하냐며 모니터를 들여다보는데 사내벤처 사이트랑 피피티 작성하던 창을 미처 내리지 못하고 들켜 버린 것이었다. 젠장... 너무 눈치가 보여 결국 퇴각하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떨어지면 ㅈ된다는 생각으로 기를 쓰고 해야겠다.

주말에 원래 동호회 친한 사람들끼리 엠티를 가기로 돼 있었다. 내가 너무 가고 싶어했었고 빠지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그냥 가기 전/후 빡세게 하고 엠티는 갔다 올까, 가서 팀원 구한다고 어필도 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하고, 한편으론 준비할 시간이 이렇게 짧은데 내가 가서 마음 편하게 놀 수 없겠다 하는 생각도 양쪽으로 들어서 못 간다고 딱 말을 못 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계속 생각해 보니 일단 지금 1순위가 사내벤처고, 혹시 나중에 '놀러만 안 갔어도 더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하며 후회할 일이 생기는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아서 딱 안 가기로 마음을 먹고 얘기했다. 펜션 바베큐 인원 등을 맞춰서 예약했어서 다시 재예약하게 만드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못 노는 게 서럽기도 했다. 노는 거 빠지면 서러운 사람. 눈물을 머금고 빠졌으니 최선을 다해 보는 거다. 주말에 팀원1 친구랑 만나서 자료도 더 조사하고, 우리를 많이 도와주는 현 사내벤처 활동중인 친구도 합류해서 도와 준대서 같이 모이기로 했다. 맛있는 거 사 줘야지. 일단 지금 초안 손보던 거 당장은 제출이 어려울 것 같으니 빨리 자자. 어제 밤도 꼴딱 새 놓고 또 새벽 네 시 반까지 안 자고 있는 건 뭔데. 내일의 에너지를 위해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