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4. 23:50ㆍ일상기록
회사 자격과정 과제...
반 년 가까이 나를 너무 괴롭게 하던 그 과제의 최종 발표일이 다음주다. 너무 힘들고 진행된 건 없고 막막하기만 한데 또 발표라니. 이거 관련해서는 상사들이 다그치고 비난한 기억밖에 없다. 다른 팀 동기들은 원래 부서에서 진행하는 업무를 그냥 그 사람이 과제 했다고 올려 준다는데 우리 파트는 그런 건 기대할 수 없지. 진짜 0부터 맨땅에 헤딩하라는 거지. 사실 싫은 사람들한테 도움 받기도 싫다. "니 과제를 왜 우리가 파트 회의때 시간 들여서 얘기해야 되냐"고 대놓고 귀찮은 티내고 비난하질 않나, "이게 니 과제야? 파트 과제지?" 라면서 똑바로 안 하냐고 쏘아붙이질 않나. 웃긴 건 저 두 발언이 동일 인물 입에서 나왔다는 것. 이게 일상이니 내가 안 미쳐? 파트장은 뭐 말할 것도 없지. 내 과거 우울증의 장본인인데.
아무튼 이러다 또 위험해지겠다 싶어서 진급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그만둘까 고민도 오래 했다. 사실 다들 진급 신경 안 쓴다고 하지만 진짜 하나도 안 쓰는 사람은 없더라. 나도 마찬가지고. 그만큼 완전히 벗어내기가 어려운 지점인데, 그것까지 다 포기하고 이 자격과정 총 담당 부장님을 찾아가서 그만두면 안 되냐고 했었다. 이미 임원까지 다 보고된 거고 심지어 우리가 전사 주최측이라 우리 중에 그만두는 인원이 나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하더라.
아무튼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며 지지부진하던 과젠데 벌써 최종발표날이 다음 주다. 사업부에서도 다 심사하러 온다는데, 파트장이 '사업부 사람들도 있는데' 어쩌고 하면서 또 무슨 소리를 할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많이 자제해서 표현했지만 아무튼 이 과제 너무 힘들고 막막하고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다.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파트원들이고.
오늘 오전에 사내벤처 전문가심사 발표 일정이 나왔다. 그 많은 팀들이 이틀에 나눠 발표하는데 이게 시간이 딱 겹친다고? 미친 거 아닌가? 회사 과제 최종발표 날짜랑 시간이랑???
기겁하며 담당자한테 전화를 했다. 메일에는 조정이 안 된다고 쓰여 있었지만 안 돼도 매달려야지 어쩌겠어. 만약 진짜 안 되면 다른 팀원이 발표하는 옵션도 있었지만 아이디어 제안자가 나고 발표 제일 많이 해 본 것도 나고 암묵적으로 정해진 운명의데스티니... 그래도 만약에 대비해서 쫄리는 마음으로 팀원 중 잠재적 발표자를 지원받아 뒀다.
그런데 또 난관이 생겼다. 그 잠재적 발표자이자 아주 협조적이고 성격 좋은 분위기메이커인 팀원 하나가 결국 이번 발표까지만 함께하고 나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처음부터 자기네 부서는 절대 안 보내주는 데라고 이미 몇 명이나 최종 붙었는데 부서에서 짤렸다고 가망이 없다 했지만 내가 열심히 꼬셔서 데려왔는데. 이번에 엄청나게 바쁜 개발부서로, 그것도 중심 인력으로 파견 가는 게 확정되었다고 했다. 최종선발 일정까지도 너무 바쁠 거라 참여가 어렵게 됐고, 선발된 아이디어가 자기 업무랑은 연관이 없어서 기여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지금 딱 진급시기인데 괜히 여기 간다고 했다가 부서에서 짤리면 사내벤처도 못 감+고과권자한테 찍힘 콤보로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원래 정도 많은 데다 단정적인 어조로 말을 안 하는 사람인데 크게 결심한 듯한 말투였고 이유도 들어 보니 합당해서 달리 잡을 말이 없었다. 마침 바쁜 데 가니까 한번 열심히 굴러서 진급 잘 하면 다행이지. 고맙게도 다음주 심사까지는 함께하겠다고 해 줘서 희망적이었다. 죽어도 못 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 가려거든 떠나려거든 한 명 꽂아놓고 가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거 이렇게 슬픈 노래였나. 내가 진짜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한 명 빼고, 또 한 명은 상황상 지금 지원이 안 되는데 나중에 최종 선발 후 추가인원 모집 때를 목표로 함께하고 있는 거라 역시 100% 확정팀원이 아니다. 사실상 추가모집은 정규선발보다 부서에서 안 보내 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해서 스스로도 거의 안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부서탈출이 시급해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고... 뭔가 다들 상황이 너무 아쉽다. 확정멤버는 둘뿐이라 팀 역량 구성면에서도 빈약해 보여서 심사에서 감점될까 걱정이 된다. 하루종일 이리저리 관심 있는 사람을 모집해 봤지만 적당한 사람이 없었다. 하...... 울고 싶어라
하지만 당장 다음 주가 2차 심사니 바쁜 벌꿀은 울 시간도 없이 발표를 준비해야 한다. 아 다행히 문의했던 발표 시간은 바꿔 주시기로 했다. 알고 보니 잘 바꿔준다대. 그래도 내 몸이 둘로 쪼개지거나 다른 팀원이 발표하는 상황만 면했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똑같다. 회사 자격과정 과제 발표.....를 생각하면 정말 벌꿀이고 자시고 울고 싶다.
내 부서 상황&과제에 따른 압박과 내가 고통받은 히스토리를 알고 동시에 사내벤처도 해 봐서 두 힘듦을 다 아는 친구에게 지금 이렇게 발표가 겹쳤다고, 두 개 같이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ㅈ됐다고 토로했다. 돌아온 대답은 "다 그렇지 뭐" 였다. 다 그렇다고. 자기도 새벽 몇 시까지 준비하느라 힘들었다고. 너무... 순간적으로 너무 벙찌고 실망스러웠다. 동시에 내가 지금 서운한 게 맞나? 그냥 그렇게 대답할 수도 있는 거 아냐? 하는 생각도 들었다가 참. 다 그렇다는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면 "하긴 그렇지" 수긍하겠지만 그것도 전혀 아닌데 말야.
부서과제와 사내벤처 둘 중 하나라도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면 이해하겠는데, 둘 다 아는 유일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다 그렇다'고 남 일인 듯이 얘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우리 팀 지원하는 데도 이런저런 도움 많이 줬고 지금도 도와주려고 이것저것 다 알려주는 고마운 친군데 당연히 남 일 같은 마음으로 그런 게 절대 아니라는 건 아는데. 그래도 참 순간적으로 충격이 얼얼했다. 그 무게를 잘 모르고 말했겠지, 다른 거 하느라 잠시 바빠서 자세히 대답 못 했거나. 아니면 고생했던 본인의 경험이 순간 우선적으로 마음에 떠올라서 내 상황을 헤아릴 자리가 없었던 걸지도. 사람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이니까 그럴 수 있지. 하긴 부서 과제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긴 했어도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를 전부 느낄 수는 없는 법. 타인이니까. 어쩔 수 없는 영역이 있다. 근데 그 친구가 평소에 자기는 극F라서 공감능력 많다고 주장하고 나보고는 맨날 공감능력 없다고 극T(아님) 싸이코패스라고 하는 사람...읭(?)
참내 나도 별 얘기를 다 하고 있네 많이 속상했나 보다. 오늘 지나면 사그라들겠지. 밤 11시 47분인데 아직 할 일이 많아서 퇴근을 못 하고 있다. 일기 쓰느라 그런 거 아니냐 하면 할 말 없음. 30분 썼으니 제외시간 빼지 뭐. 집에 가면 또 사내벤처팀 자료조사 해야 한다. 부서과제 제출과 발표도 같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 울 것 같지만 잘 참아보자 아님 울든가 뭐 어쩌라고 사무실에 나밖에 없는데. 오늘 내가 잠시 약한 날인가 보다. 이런 날도 있다. 특별히 믹스커피 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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