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5. 00:24ㆍ집 이야기
얼떨결에 오늘 꽤 많은 일을 처리했다.
아침부터 보관이사업체 두 군데에서 견적 전화를 받고 실물 견적산정 약속을 잡았고, 오후에는 이사갈 집 관리사무소에 공사 신고를 미리 하러 갔다. 단지 내에 있는 슈퍼에 들러 비타오백 한 상자도 사들고 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생각보다 시스템화되어 있고 체계가 있는 곳이었다. 내가 방문해 본 적이 있어야지.
마치 대학교 행정실 같은 느낌이었다. 문에서 제일 가까운 자리의 실장이었나 하는 분께 입주 예정자라고 인사하고, 리모델링 공사 예정이라고 말씀드렸다. 공사안내서라는 공문st의 종이를 주시고 쓰라고 하시길래 옆에 있는 볼펜을 집어들고 서서 쓰는데, 쓰다 보니 그건 정확한 공사일자를 쓰고 그대로 게시판에 붙일 용도인 것 같았다. 아직 공사 날짜가 확정된 건 아니라고 말씀드리니, 그럼 일단 온 김에 입주신고서라도 먼저 쓰시라고 다른 종이를 주셨다.
"벌써요? 입주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일자는 정확하지 않아도 되니까 써 두시면 혹시 전달드릴 일 있으면 그 전화번호로 연락드릴 수도 있고요."
입주신고서를 썼다. 내 이름과 내가 들어갈 동/호수가 있었다. 잔금도 한 달이나 남아 아직 불안한 마음이 한켠에 있지만 입주라는 글자를 보니 이미 입주민이 된 것 같고 기분이 이상했다.
"아 그리고 또 여쭤볼 게 있는데요."
지난 주말에 부동산에서 받은 집 평면도를 꺼냈다.
"제가 확장 공사를 하려고 하는데, 여기서 어디어디를 틀 수 있는지 관리사무소에 미리 확인해 봐야 된다고 해서요."
"어디를 확장할 수 있냐고요?"
"이쪽 베란다엔 우수관이 있고, 여기엔 가스배관이 있고, 베란다 창도 그렇고 제가 어디까지 철거해도 되는지를 몰라서요."
"아 그거요, 그건 아까 저 분 계실 때 말씀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관리실 중앙 테이블 쪽을 가리키셨다. 아까 거기 앉아서 뭔가를 하다가 나가신 남자분이 시설 담당자라고 하셨다. 조금만 일찍 말할걸. 난감해하고 있자 실장님이 아! 하시더니 단지 내 부동산 하나를 알려 주시며 거기 사장님이 인테리어도 하는 분이라고, 여기 아파트 많이 하셔서 잘 아실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다면 해결이다.
이렇게 얼떨결에 부동산까지 갔다. 어디어디 입주자라고 사장님들과 인사도 하고, 우리 부동산이랑 한 건 아니네요 그죠? 라는 질문도 듣고 같이 하하하 웃었다. 어디어디는 철거해도 되는지, 어느 관은 막아도 되는지, 어느 벽은 철거하면 안 되는지 궁금했던 것들을 다 여쭤볼 수 있었다. 남사장님이 계속 본인 사무실 포트폴리오랑 스케줄표까지 보여 주시며 자기한테 맡기라는 식으로 유도를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감이 내가 원하는 퀄리티로 안 될 것 같아 그냥 생각해 보고 연락드린다고만 했다. 무몰딩 시공법도 내가 아는 정석적인 방법이랑 좀 다르게 설명하시기도 했고, 경력이 길긴 하지만 그만큼 연세도 있으신 분이라 포트폴리오를 보니 트렌디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2주면 된다는 부분에서 신뢰도가 더 떨어졌다. 최소 한 달을 잡고 있는데 2주만에 전체 철거/확장/샷시/전기/타일/도배까지 어떻게 다 한다는 거지?
사실 처음 계획했던 인테리어에서 예산의 압박으로 점점 그냥 아주 기본만 할까 하는 생각으로 돌아서고 있긴 한데, 아직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스케줄링을 해서 최저 예산으로 최대 효율을 올릴 방법을 더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러다가 정 안 되면 턴키 싸게 맡긴다는 생각으로 선택해볼 수도 있겠지.
큰 과업을 하나 마친 기분을 안고 부동산을 나섰다. 아파트 동 사이로 보이는 파랗고 네모난 하늘에 하얗게 달이 떠 있는 모습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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