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일기 - 210821 - 끝내주는 주말

2021. 8. 23. 00:32일상기록

어제에 이어 또 모인 미사연 사람들.

S님이 가져오신 복숭아를 아주아주 맛있게 먹었다. 복숭아는 물복이여. 한 입 베어물면 과즙이 팡팡 흘러야 이게 여름의 맛이제잉. 백도와 황도까지 아주 알맞게 익은 복숭아들이 끝도 없이 H님 손에서 깎아져 나왔다. 안 그래도 요새 이렇게 잘 익은 복숭아를 간절히 먹고 싶어하던 나날들이었는데 박스로 사는 게 감당이 안 돼서 못 먹던 차에 너무 행복했다. S님 최고. 심지어 본인은 딱복을 좋아하시는데 이렇게 적당히 잘 물복화된 것들을 가져와 주신 것이었다. 진짜 최고.

S님이 개인 일정 때문에 먼저 내려가시고 나랑 H님도 각자 집으로 갈까 하다가 갑자기 카페를 가기로 하고 차를 돌렸다. 둘 다 즉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좋다. 카페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재난영화같은 폭풍우가 몰아쳐서 카페 안의 사람들이 다들 믿을 수 없어하면서 동영상으로 창 밖을 찍었다. 그 카페는 창밖이 야자수와 잔디 컨셉으로 테라스처럼 꾸며져 있었고 길 건너에도 나무가 많아서 온통 초록빛이었는데, 마치 동남아에 온 것 같았다. 동남아에서 비를 피하러 호텔에 들어온 여행자들 같다며 둘이 좋아하다가 특이한 커피도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여자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하고 야망있고 일 저지르는 거 좋아하는 사람 최고야.

비가 그치고 밖에 나가서 앞의 산책길을 따라 또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슬슬 각자 집으로 향했다. 아니 나는 집에 안 가고 밖에 더 있고 싶어서 포비피엠으로 향했다. 칵테일을 한 시간에 한 잔씩 마시며 비트릭스팀 일도 하고 공모전에 낼 글도 썼다. 집에 가는 길에 냉면집이 눈에 띄었다. 배고프던 차에 냉면에 꽂혀서 들어갔다. 생각보다 매운 냉면이었다. 술도 살짝 취한 데다가 매운 걸 먹으니 머리가 띵해지며 모든 감각이 차단되며 눈 앞의 냉면밖에 안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맛있게 맵고 시원해서 끝까지 탈탈 비웠다! 국물은 그 와중에 나트륨 관리를 위해 자제해서 마셨다. 냉면이 그렇게 나트륨이 최고라고...

집에 가는 길에는 보름달이 환했고 달무리가 붉게 빛나서 달무리는 왜 빨갈까 같은 생각을 했다. 파장이 길어서 어두운 밤에도 가장 잘 보이는 건가. 찾아 봐야겠다. 아무튼 총체적으로 행복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