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일기 - 210704 - 벽 셀프 보양, 줄눈 문의

2021. 7. 4. 23:53집 이야기

내일 싱크대랑 신발장이 들어오면 현장에서 세부적인 커팅이 들어가야 해서 분진이 엄청나게 날릴 거다. 그래서 미리 벽 보양을 해 둬야 하는데 도배가 끝난 지 이틀밖에 안 된 데다가 비까지 많이 와서 아직 도배지가 다 마르려면 며칠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보양을 해 놓으면 마르는 게 더 더뎌지겠지만 어쩔 수 없다. 벽지를 온통 나무와 인조대리석 분진으로 뒤덮이게 할 순 없으니. 한 번 붙으면 깔끔하게 닦아내기도 어렵다고 한다.

지난 번에 액자레일 사러 동네 철물점 출동했던 날 계산하기 직전에 눈에 띄어서 사 두었던 벽 보양용 비닐을 오픈할 때가 됐다. 조금이라도 더 마른 다음에 붙이려고 저녁에 작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어제만큼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보양비닐이 있다는 사실에 신나하느라 내가 천장에 손이 닿지 않는다는 것을 깜박했다. 사다리를 사야 하나? 일요일 저녁에 문 연 데도 없는데... 하는 중에 구세주같이 친구네 집(=지금 사는 집)에 사다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맞아 보니까 생각났다. 후다닥 집으로 가서 천장에 손이 닿을 만한 높이인지 확인해보니까 문제없고! 안도감에 조금 누워서 쉬었다. 어제 무거운 수전과 가방을 양팔에 들고 비오는 거리를 너무 돌아다녀서 온 몸이 쑤셨다. 그냥 보양 안 해도 크게 문제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미세한 나무가루와 돌가루가 벽지에 얼룩덜룩 뭉쳐 있을 생각을 하니 그건 용서할 수 없었다.

벽지는 이틀 지나고 나니 좀 말라서 더 판판해져 있었다. 실크 벽지가 원래 시공 당일엔 약간 울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어도 며칠 지날수록 점점 펴진다고 한다. 우리집은 구축인데도 석고 등 덧댐 없이 바로 콘리트에 무몰딩 시공을 했다 보니 완벽한 칼각에 완벽한 평면이 되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나름 만족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성 도배사님이 해 주신 거라 더 좋다!

벽 보양은 아주 쉬웠다. 마스킹테이프에 비닐이 아래로 붙어서 둘둘 말려 있는 제품을 조금씩 떼어 풀어가면서 벽 위 모서리를 따라 붙이기만 하면 된다. 노래를 틀어 놓고 작업하니까 재밌었다. 아까부터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은데 배달은 싫고 돈도 아까워서 나갔다 올까 엄청 고민하다가 오늘은 작업자 분위기도 낼 겸 한 번만 시켜먹기로 하고 주문했다. 거실 한 쪽 면과 거기서 꺾인 방문 쪽, 또 다시 다른 방문을 따라 꺾여 이어진 면까지 해서 전체적으로 긴 한쪽 면을 다 끝내니 딱 맞게 떡볶이가 도착했다. 며칠 전에서야 드디어 엔딩까지 본 우정리 10회차를 다시 보며 떡볶이를 맛있게 먹고 다시 나머지 벽 보양을 다 했다. 아주 뿌듯혀.

내일은 일찍부터 현장에 나와야겠다. 싱크대랑 신발장은 제작가구라 시공 중 오차나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꽤 있을 것 같아서 연차를 써 두었다. 그리고 자재 운반 중 도배벽을 긁어서 상할까봐 걱정도 많이 된다. 그건 비닐로 덮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니. 코너각대도 많이들 대던데 미처 몰라서 준비를 못 했다. 가위랑 마스킹테이프라도 있으면 내가 지금 앉아있는 박스판을 잘라서 붙여 놓을 텐데. 가위, 마스킹테이프, 박스테이프, 청소 도구는 셀인러의 기본인 것 같다. 나는 기본이 안 돼 있다. 가위도 없는 게 말이 돼? 사실 아까 보양비닐 두를 때도 가위가 없어서 가방을 뒤져 눈썹칼을 찾아냈다. 가위보단 못하지만 나름 쓸만했다.

아 그리고 내일 아침에 현장 들렀다가 다시 후다닥 매립콘센트를 사러 다녀와야 한다. 싱크대 아일랜드 부분에 들어가는 건데 깜박하고 안 사 놨다. 르그랑 빌트인콘센트가 좋아 보이는데 다행히 동네 근처에 큰 르그랑 대리점이 있다고 해서 다녀올 예정이다. 오전 중에 사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싱크대랑 신발장까지 들어오면 좀 더 사람 사는 집 같아지겠지?
줄눈 업체도 견적 받아 놨고, 도기는 내일 한 번 더 물어보기로 했고, 탄성은 어제 엄청 검색한 결과 안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고 내가 그냥 페인트를 칠하려고 한다. 페인트도 내일 구매해야겠다. 내일까지 스위치&콘센트도 확정하면 큰 일은 대부분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