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9. 20:22ㆍ일상기록
유신론과 신적인 존재에 대해 지난 주에 ㅇ이랑 얘기했던 게 생각난다. 바디감 찐하고 머스크 향이 나는 맥주와 함께.
ㅇ이는 내 예상과는 달리 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름을 가진 어떤 유일신 같은 존재가 아니라 방관자 포지션으로서. 인간세계엔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는. 방관자 포지션이면 존재의 의의가 뭐야? 아무런 영향도 없는데 왜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물었더니, 사람들에게는 모든 힘듦과 고뇌를 털어놓을 수 없고 나를 100%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불가능하니 그 모든 걸 그냥 내려다보며 들어 줄 신적인 어떤 존재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내가 언제든 무엇이든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나도 그런 수신자 없는 물음을 많이 던져 보고, 살아가는 데 붙잡아야 할 어떤 절대적인 가치나 법칙에 기대기도 하는데 그 대상은 신적인 존재로 상정한 무언가라기보다 그냥 이 세상 자체였던 것 같다. 글을 쓰기도 하고, 그게 가 닿을 어딘가가 명확히 있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방백이라고나 할까. 둘 다 친구들한테 자기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런 차이가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지난 주 일이 왜 갑자기 생각났는지 위의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는데 지금 마무리하려다 보니 또 기억이 안 난다. 아 다시 생각났다. '수신자 없는 물음'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다. 오늘은 수신자 없는 감사가 차오르는 날이어서. 요새 그냥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결국 모든 것의 주체이자 대상은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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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난데없는 이태원 택시투어 끝에)ㅇ이랑 시가바를 가서 재즈공연도 보고 위스키와 시가도 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사장님이랑도 말문을 트게 돼서 영업 끝나고도 오래동안 사장님이랑 사업 얘기, 음악 얘기를 하면서 따로 갖다주시는 위스키들도 엄청 맛보고 놀았다. 반이나 태우려나 했던 시가도 다 태우고, 기타도 치고, ㅇ이의 글도 같이 읽었다. ㅇ이가 내향인의 기력이 고갈돼 간다고 신호를 보내서 적당히(?) 마무리하고 나왔다. 좀 스놉같은 면이 있는 전형적인 유학생 사업가 스타일이었는데 그러니까 저렇게 많은 사업도 벌이고 사람들도 모으고 하는 것 같아 어느 정도는 배워야겠다 생각도 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를 계속 다음 사업 파트너로 꼬셨는데 또 모르지, 언젠가 진짜 기회가 닿을지. 피아노 연습 열심히 해서 연주도 하겠다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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