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9. 03:25ㆍ집 이야기
직장인이 셀인을 하려면 주말을 아주 빽빽하고 알차게 써야 한다.
타일 업체든 마루 쇼룸이든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결정해야 하는 자재들이 많은데 평일에는 방문할 수가 없으니, 그리고 일요일에는 열지 않는 가게나 쇼룸이 많으니 몇 번 없는 토요일이 아주 소중하다.
원래 오늘은 을지로에 있는 유명한 대일도기사를 가서 도기를 확정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빨래하고 나오다 보니 을지로까지 왕복하는 시간을 빼면 생각보다 여유가 없어서 일단 도기보다 급한 타일을 먼저 확정하기로 했다. 지난 번에 타일을 봤던 동네 큰 타일업체에 가서 다시 (확정을 위한)세부상담을 했다. 하지만 그는 더 혼란스러워져서 돌아오게 되는데...
처음에 상담을 했던 실장님은 오늘 근무가 아니라서 다른 분이 대신 안내를 해 주셨다. 그 때 골랐던 타일은 일단 거실바닥 비앙코 600각, 욕실 벽 300x600 무광 비앙코에 욕실 바닥 약간 회색 300각짜리였는데 지난 주에 타일러분 현장미팅 때 말씀하시기로는 욕실 600각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고 비용도 별로 차이 없다고 해서 그럼 욕실도 600각으로 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래서 오늘 타일가게 가서 욕실 벽도 600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리고 바닥은 그대로 회색 300각으로요."
"바닥을 300각 회색으로요? 벽은 비앙코 600각으로 하시는데 바닥은 이걸로 하신다고요?!"
약간 놀란 듯이 물어보시길래 왜요?? 했는데 알고 보니 요새 600각을 많이들 하는 게 보통 벽-바닥 전체를 다 깔끔하게 통일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벽을 어렵게 600각 하면서 바닥을 300각에다 색깔까지 다르게 하면 비싸게 하는 메리트가 좀 떨어진다고 했다. 나는 통일을 위해서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그냥 벽면이 좀 덜 단절되고 깔끔해 보여서 600각을 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어쩐지 요새 600각 트렌드와 더불어 흔히 '인쇼 스타일'이라고 하는 베이지나 연회색톤으로 전체를 통일한 욕실이 엄청 많더라.
통일이라... 벽-바닥 통일은 생각을 못 해 봤다. 사방이 온통 하얀색이면 이상할 것 같다는 마음도 있었고, 바닥은 흰색보다는 좀 톤이 낮아야 덜 더러워 보이니까 당연히 바닥은 좀더 어두운 색으로 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비앙코로 전체를 통일이라...? 너무 다 하얘서 좀 이상하지 않을까?
"아니에요~ 생각보다 그렇게 통일하면 깔끔하고 좋긴 해요. 대신 요새 많이들 하시는 그레이나 베이지톤 말고 비앙코에 골드는, 아 물론 그것도 해 놓으면 진짜 이쁘고 좋긴 한데, 좀 지나면 약간 질린다고 하신 고객님들도 계셔서 혹시나 해서 아까 처음에 그레이 600각을 말씀드린 거예요."
근데 솔직히 인쇼스타일이 전체적으로 좋긴 한데 화장실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호텔같고 깔끔한 맛은 있지만 재미가 없는 느낌? 그리고 예전부터 내 로망이 비앙코 대리석무늬 타일에 골드수전이어서 나중에 질리든 어찌 되든 나는 그걸 해야겠다고 이미 마음먹은 상태였다. 그럼 화장실도 비앙코 600각으로 벽-바닥 통일하는 것인가!
"당연히 고객님이 하시고 싶은 게 우선이죠. 그럼 하셔야죠. 저희는 그냥 보조적으로 의견만 드리는 거고요. 바닥까지 비앙코 통일하셔도 생각보다 휑하지 않고 이뻐요."
"아 네 그럼 욕실도 거실처럼 600각 비앙코로 할게요. 대신 욕실은 무광 거실은 유광."
"네? 거실도 비앙코 타일이시라고요? 아 맞네... 어... 그럼 진짜 너무 통일인... 것 같은..."
우려하던 일이 또 일어났다. 또 고민이 시작됐다.
내 취향은 대중의 보편적인 취향과 다른 경우가 많아서 내 멋대로만 하기엔 나중에 매매할 때의 걱정, 그리고 당장 내 안에서도 선호가 금방금방 바뀌는 것, 아니 바뀐다기보다는 내가 인테리어로서 표현하고 싶은 게 많고 인테리어로부터 얻고 싶은 분위기가 너무 다양해서 또 다른 것을 하고 싶어질 상황도 고려를 해야 했다. 너무 통일하면 역시 내가 또 금방 재미없어할까.
일단은 비앙코로 하되 한 쪽 면만 파스텔톤같은 다른 타일로 약간 변주를 주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둘이 어울릴까?
빨리 확정해야지 이거 도기까지...
다음 주 화요일쯤 다시 연락해서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이후 빠른 하루 요약]
현장 가서 고뫄스도 말릴 겸 환기시키면서 안방 창틀에 앉아서 쉬다가
양잠시 4화를 준비하기 위해 3화까지 마저 정주행을 끝내고
일주일이 피곤했는지 바닥에 잠깐 마대자루를 깔고 누웠다가 깜박 잠들었다가
저녁에 ㅇㅈ언니네 놀러가기로 해서 ㅇㅈ랑 ㅅㅎ까지 넷이 만나서 맛있는 막창을 먹고 ㅇㅈ언니네 가서 즐거운 시간
'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사일기 - 210607 - 몸 5개로 복제해 줘 (0) | 2021.06.09 |
---|---|
이사일기 - 210606 - 스위치, 콘센트 종류 고르기의 늪 (0) | 2021.06.09 |
이사일기 - 210604 - 고뫄스 방수 덧칠 (0) | 2021.06.07 |
이사일기 - 210603 - 싱크견적, 목공 비용(+목공업자의 실태?!), 욕실방수 뜯김 (0) | 2021.06.04 |
이사일기 - 210602 - 목공 마무리, 싱크대 실측상담, 폐기물 중노동 (0) | 2021.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