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일기 - 210512 - 등기 권리증
2021. 5. 12. 23:58ㆍ집 이야기
나왔다.
영롱하다.
종이에서 향기도 나는 것 같다.
이상해 아주 기분이.
은전 한 닢 같은 무언가를 가지고 싶어한 적도 많았다.
원룸 전세에서 투룸 전세로, 이제 쓰리룸인 내 집으로.
그 집에 사는 나를 상상해 보고, 내 이름이 적힌 법적 효력이 있는 종이를 한 줄 한 줄 훑자니
이건 분명 은전 한 닢의 의미만은 아니다.
어려서부터도 혼자 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이걸 나 혼자 해냈다'는 그 효능감이 아주 맛이 좋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대학교 졸업, 원투쓰리룸 지금 여기까지.
열심히라기엔 어딘가 제멋대로고, 그렇다고 마냥 막 살았다기엔 삶의 심지는 지켜 온 날들이 차곡차곡 되짚어진다.
어떤 분기점 혹은 계단 하나, 새로운 방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넘어가는 기분?
진아님이 "내 이름으로 된 등기권리증을 받았을 때 비로소 땅에 두 발 딛고 서 있게 된 느낌이었다."라는 얘기를 하셨다.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홀씨처럼 떠다니는 이방인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던 날이 있었다.
그게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기분인지 한 겹 한 겹 파내어 보기도 했다.
지금 그 생각을 그 때만큼 자주 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내가 더 건강해졌기 때문만이 아니라
누구나 조금씩은 떠다니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된 것,
내 안에 쌓인 것들로 점점 땅에 발을 내려딛을 수 있다는 걸 몸으로 깨달아서인 것 같다.
축하해.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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