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3. 23:58ㆍ일상기록
아 너무 신난다 피아노 레슨 방금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인데 너무너무 좋다 이게 사는 거지!!!
너무 좋다 진짜... 업라이트 건반 누르는 느낌..세상에...
어떤 계기로 돌아오게 됐냐고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이미 얘기했었지만 잠시 쉬기로 했던 이유부터 일단 시작해서, 최근에 어떤 촉매제로 인해 다시 다니겠다는 마음을 먹었는지 지난 2년간의 상황 요약과 사운드독에서 연주를 듣다가 갑자기 선생님께 카톡을 하게 된 날까지 다 이야기했다. 사실 2년의 시간 동안 나는 항상 다시 피아노를 치러 '가야 하는' 상태에 있었다.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겠다. 고무줄이 쭉 당겨져 팽팽한 상태로 있듯이, 해소되지 않은 텐션음 위에 머무르듯이. 레슨 도중에 내 핸드폰 알람이 울려서 끄고 다시 넣어놓는데 다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전에 레슨 다닐 때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 맞춰 놨던 알람이에요. 월요일 밤 9시 25분. 제가 2년 동안 어떤 마음으로 지냈는지 아시겠죠? 선생님도 알겠다는 듯이 웃으셨다.
피아노에 손도 못 대느라 계이름도 다 까먹었다고 엄살을 부려 놔서 선생님이 정말 쉬운 악보들을 가져오셨다. 원래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시는 선생님인데 아주 기초적인 것을 칭찬받으니 기분이 이상하고 웃겼다. 혹시 정말 계이름과 음표까지 까먹었다고 생각하신 걸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정말 0부터 시작하는 마음이 된 것 같다. 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부담 없이 차근차근 가면 좋지. 내가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에 "그 때쯤 좀 어려워지기도 했고..." 라는 말을 들으시고 선생님도 그 때 비슷한 생각을 하셨다고 했다.
"내가 너무 의욕이 앞서서 무리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그 이후로 개인 레슨이든 학원 레슨이든 경험도 더 많이 쌓이면서 레슨 스타일이 좀 바뀐 부분도 있고, 이번에 oo님 레슨노트를 쭉 다시 보면서 생각해 봤거든요. 확실히 좀 빨리, 욕심낸 부분이 있지 않았나. oo님도 재밌게 잘 하시고 재즈도 좋아하시는 분이라 저도 막 신나서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제 속도랑 레슨 받으시는 분의 속도가 맞는다면 제일 좋은 거지만 두 사람의 속도가 같다는 건 어려운 일이고,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듯이요."
제 안에서도 제 마음의 속도와 현실의 속도가 다른걸요. 적어도 제 욕심은 선생님의 속도와 맞았고, 그 마음을 아시기에 그렇게 이끌어 주셨던 거라고 생각해요.
에이 뭐 이 정도 기본적인 거 가지고 칭찬을, 이라고 하기엔 아직 손도 머리도 돌아오지 않아 좀 버벅거렸지만 곧 지금까지 배웠던 것들이 다시 내 것이 될 것만 같다. 초등학교 때 치던 것 같은 바흐 인벤션 악보를 받아 '아 이런 쉬운 악보를 느리게 치다니 답답하다'와 '아니 근데 왜 생각대로 안 되지'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며 느릿느릿 치고 있는데 선생님이 "oo님 재밌어하시는 것 같은데요?"라고 하셨다. 그냥 친 건데 어떻게 알았지? 너무 재밌다.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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