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11. 23:59ㆍ일상기록
어제 새벽 4시에 일어나 거의 하루 종일 한라산 등반을 하고 다들 너무 지쳐해서 오늘은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늦잠도 자고 좀 일정을 늦게 시작하기로 얘기를 했었다.
(어제 일기는 시간 될 때 따로 써야지)
그런데 나는 평소에 일어나던 6시에 또 눈이 떠진 것이다... 억울해서 더 자려고 노력해서 7시까지 잤는데 그 이후로는 도저히 잠이 안 와서 그냥 SNS와 밀린 카톡 답장을 하고 아픈 다리를 풀어 주며 스트레칭도 하고 있다가 8시쯤 안되겠다 그냥 나 혼자라도 돌아다녀야지 하고 씻고 체크아웃도 바로 하게 짐까지 다 싸 놨다. 같은 방 쓰는 H가 안 깨게 조심조심...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갈까, 카페에 나가서 책을 읽을까, 그냥 산책을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호텔 조식은 왠지 가성비가 떨어져서 산책 겸 근처의 괜찮은(=커피맛도 좋고 공간도 영상에 담을 만하게 멋진) 카페를 찾아서 갔다. 언제 편집할진 모르지만 가는 길도 브이로그처럼 찍어서 소스를 남겨 뒀다. 그러고 보니 내가 따로 돈 쓴 건 없는 줄 알았는데 카페를 갔잖아? 지출에 추가해야지... 아무튼 걸을 때마다 종아리와 허벅지 앞부분에 근육통이 욱신욱신해서 종아리를 쭉쭉 뒤로 뻗으며 걸으려고 노력했다. 열심히 걸어야 근육도 빨리 풀리겠지.
낯선 동네를 걷고 걸어 짙은 초록색 간판과 통유리창이 있는 아담한 로스터리 카페에 도착했다. 손님이 두 태이블 더 있었는데 들리는 대화로 보아 전부 관광객 같았다. 다들 부지런하시네. 커피는 작은 주전자에 담겨 커피잔과 함께 나왔다. 차가 아닌 커피가 이런 형태로 서브된 건 처음 봐서 신기했다. 커피를 마시며 <고요와 평화로 지어올린 성당>을 읽었다. 건축 덕후 친구랑 같이 여행하며 건물을 둘러보면서 두런두런 얘기 나누는 기분이었다. 어렸을 때는 건축은 공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자라면서 만난 건축학도들이 전부 예술적이고 동시에 실용적이며 사진을 잘 찍는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건축이 어느 정도 예술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렇게 느껴진 이유가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되었다. 구글 지도도 찾아 가며 한참을 같이 걷는 마음으로 읽었더니 읽는 속도는 느렸지만 정말 여행을 하는 기분에 잠시 빠져 있다가 돌아왔다. 아참 원래 여행 중이긴 했지.
여행 중에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보통은 비행기에서부터, 혹은 기차에서부터 책을 챙겨서 읽거나 그 도시의 카페에 들어가서도 읽고, 공원에 앉아서도 읽는다. 마음이 열리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읽는 책은 더 깊이 흡수된다.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 숙소로 돌아갔다. 다섯 명 모두 로비에 모여 체크아웃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바당지기로 출발했다. 우정리2에 나온 바로 그 집! 사실 이번에 제주도에 온 목적의 50%는 바당지기였다. 우럭정식을 먹었고 사실 맛 자체를 크게 기대해서 온 것까지는 아니었는데 꽤 맛있었다. 우럭은 회로만 먹어 봤지 이런 식으로 요리한 것은 처음 봤다. 식당이 바닷가에 있고 통유리문이 오픈되어 있어서 서핑하는 사람들이 다 보였다. 물 색깔이 아주 아름다웠다.
식사를 마치고 H의 계획에 따라 바다가 보이고 누워있을 수 있는 카페를 찾아서 갔다. 댕유자차라는 게 있어서 댕유자가 뭔지 사장님인지 직원분께 여쭤 보니 큰 유자라는 뜻의 '대유자'라는 종이 있고 그걸 제주도식으로 말하다 보니 댕유자가 된 거라고 알려 주셨다. 그냥 유자보다 약간 씁쓸한 맛이 있다고 하셨다. 새로운 걸 알았으니 또 이걸 시켜야지. 각자 누울 자리를 잡고 음료를 마시며 쉬었다. 나는 또 그 책을 꺼내 읽었고, 다른 친구들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누워서 책을 읽다니. 너무 평화롭고 좋았다.
계속 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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