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일기 - 210529 - 논현동 가구거리, 타일 실측, 전기 폐기물 처리
철거팀에서 소개해 주신 타일러분이 오늘 오후 서너 시쯤 실측상담을 오신다고 어제 얘기했었다.
원래 오늘 대림바스 쇼룸을 가서 도기를 고르려고 계획했어서 오전 일찍 나갔다가 구경 다 하고 세 시까지 들어와야지 생각했다. 예정보다 조금 늦게 나가긴 했지만 아무튼 논현으로 향했다.
대림바스 쇼룸은 생각보다 볼 게 별로 없었다. 상담하고 구매까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앞에 직원도 없고, 안쪽에 책상에 남직원 두 명이 얘기하고 있길래 물어봤더니 구경하시라고 2층에도 전시장 있다는 말 외엔 별 말이 없길래 좀 실망이었다. 구매도 여기서 직접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냥 보기만 하는 덴가 보다. 2층에서도 뭐 그냥 그냥... 전시된 종류는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욕조, 변기, 세면대, 수전까지 다 사려고 작정하고 왔는데 좀 김이 샜다. 대신 카탈로그를 챙겨서 왔다. 거기엔 거의 모든 제품이 나와있는 것 같아서 그걸 보고 고르면 될 것 같다.
오래 볼 줄 알고 시간을 길게 잡고 왔는데 30분도 안 돼서 나와서 허무한 마음에 가구거리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건너편에 리바트 쇼룸이 보이길래 일단 먼저 들어갔다. 가구와 모델하우스 위주로 전시장이 꾸며져 있었고 내가 찾는 도기류는 없었다. 그래도 인테리어에 참고하려고 사진은 많이 찍었다. 그리고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다른 곳도 둘러보려는데 타일러분에게 전화가 왔다. 앞 공사가 좀 일찍 끝나서 일찍 가도 괜찮겠냐는 것이었다. 한 20분이면 도착하실 수 있다고 하셨는데 나는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는 것...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바로 집으로 갔다. 40분 정도 기다리실 텐데 괜찮으시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셔서 도착하면 뵙기로 했다.
거실+주방 바닥, 욕실 벽, 욕실 바닥, 앞뒷베란다 바닥, 주방 벽까지 타일 시공 견적과 부자재 견적을 내 주셨다. 부자재는 알려주신 대로 사 놓으면 되고, 타일은 내가 넓이를 계산해서 알아서 수량 맞춰 사 놓아야 한다. 그리고 원래 젠다이는 벽 따라 끝까지 일자로 하려고 했는데, 욕실이 작아서 욕조도 표준규격 중 제일 작은 사이즈를 사서 잘라야 하는 마당이라 욕조 있는 부분까지 젠다이가 갈 수는 없다고 하셨다. 아쉽지만 욕조 옆에서 끊고 욕조 쪽에는 선반을 별도로 놓지 뭐. 파티션도 해야 하나 갑자기 고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일을 얼른 확정해서 사야 한다!!! 도기도!! 빨리!!
거실 바닥과 욕실 타일은 유사시 수급이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동네 근처 타일판매점에서 주문하고, 앞뒷베란다와 주방 타일은 무늬가 특별히 있는 걸로 고를 거니까 인터넷에서 골라서 사야겠다. 며칠 내로 얼른 완료해야지.
타일러분이 가시고 나서 세부실측을 다시 했다. 이전에 실측한 건 철거하기 전에 한 거고 몇몇 사소한 부분의 실측이 빠진 게 있어서 다시 한번 싹 정리해서 아이패드로 도면에 기록해 두었다. 그리고 집을 둘러보는데(딱히 변한 게 없어도 습관적으로 둘러봄), 전기에서 정리해주고 가신 폐기물이 내가 사다 놓은 건축폐기물 마대자루에 담겨서 뒷베란다에 놓여 있길래 나가서 수거하는 곳에 버리고 왔다. 들고 나가기 전에 마대 하나의 봉인끈이 빠져서 끼우느라 한참 고생했다. 두 번을 왔다갔다하며 폐기물을 버리고, 내 키보다 훨씬 큰 높이로 한아름 말려 있는 벽지는 도저히 들 수가 없어서 일단 그냥 놔뒀다. 목공까지 끝나면 폐기물 업체를 한번 부를까 싶다.
작은 방에 들어가 보니 전기에서 점심으로 시켜드신 포장용기와 음식물 잔반이 아직 있어서 흠칫 놀랐다. 빈 그릇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한 통에 잔반을 다 모아서 따로 분리해 두신 것 같았다. 그런데 음식물쓰레기 처리 카드가 집에 있어서 버리러 가지 못했다. 내일 아침 일찍 와서 버리고 가야지. 제발 그 때까지 냄새가 안 나길 ㅎㅎㅎ
하루 종일 지하철에서는 서있기만 하고 가방은 무겁고 집에 와서는 실측 때문에 돌아다니다가 실측 다하고는 쓰레기 버리러 왔다갔다하고 너무 다리 아프고 피곤했다. 의자도 없고 바닥에 앉을 데도 없는데 유일하게 걸터앉아 쉴 수 있는 곳이 안방 샷시 창문턱이다. 높이가 딱 앉으라고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손과 옷에 온통 희멀건한 분진 투성이인 채로 거기 앉아서 쉬는데 얼마나 달콤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