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일기 - 210516 - 목공 실측 / 공사 주민동의서 대장정
[공사 동의서]
하루종일 아파트를 계단으로 엘리베이터로 오르락내리락했다.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모르는 사람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뭔가를 부탁하는 게 힘들었던 건지
아무튼 생각보다 빨리 에너지가 소진됐다.
살면서 사람 대하는 게 힘들다고는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건 좀 다른가?
사람들도 다들 좋은 사람들 같았는데 말이지. 다들 흔쾌히 동의서도 써 주시고.
내 집을 중심 기지로 두고 손에 작은 선물 쇼핑백을을 몇 개씩 가지고 나가서 동의서를 받고,
손에 든 쇼핑백이 다 떨어지면 다시 집에 와서 가져가고, 응답이 없었던 집은 다시 가 보고,
그렇게 동의서 종이를 거의 다 채웠다.
세 집은 계속 부재중이라 내일 저녁에 다시 가 보려고 한다.
[목공 실측]
동의서 받기가 생각보다 힘들었어서 그런지 중요한 목공 실측 얘기를 빼먹을 뻔 했다.
목공 소장님이 예정한 시간을 잊어버리셔서 원래보다 2시간 늦게 실측미팅을 했다.
그쪽 잘못이긴 하지만 앞으론 나도 전날 미리 연락을 해 놓는 걸로 하자.
미팅을 하다 보니 내가 모르는 게 굉장히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정인 것도 너무 많고.. 당황스러웠다.
필름도 9mm문선이면 무조건 해야 된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신발장 위치에 가벽이랑 유리 뚫는 것도 막연히 해야겠다 생각만 했지 어떤 사이즈로 할지까지는 생각 안 하고 있어서
대략적으로 줄자 대주시는 걸로 시뮬레이션해서 얼레벌레 정했다.
또 오늘 알게 된 것
- 거실 타일이랑 방 마루 경계에서 문은 마루 쪽에 위치하며 문틀은 바닥이 없이 세워진 ㄷ자 모양이 된다.
(문턱이 없으면 나머지 문틀 부분은 어떻게 되는 건지 생각을 안 해 봤음)
- 9mm문선도 방 안쪽에서 보이는 부분은 폭이 넓다.
- 화장실 문턱은 제거할 수 없다. 제거하면 안쪽 바닥이랑 문이랑 단차가 별로 안 나서 슬리퍼가 걸린다.
- 걸레받이는 마루에서 시공한다.
자재는 목공에서 따로 갖다놓고 마루 할 때 시공.
- 폴딩도어 할 부분까지 천장을 추가로 철거해야 함. 커튼 달려면 거기서 30cm 더 안쪽으로 추가 철거.
와 나 진짜 이거 마시면서 배우는 랜덤게임이다
닥쳐서 부딪치면서 배우고 아주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할 일 목록이 또 왕창 업데이트됐다.
[부록: 시골집 체험]
오전에 목공 미팅하러 집 문을 열고 딱 들어갔는데
언젠가 가평 산 속에 있는 엠티장소에서 맡은 공기 냄새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시골집 같기도 하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젖은 흙 냄새와 나무 냄새, 장판과 목재 냄새의 화학작용일까?
방학을 맞아 시골집에 쉬러 온 여름날 같은 기분이었다.
폭풍같은 목공 사전미팅과 한나절 꼬박 걸린 동의서 받기 여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지저분한 거실 한쪽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선물용으로 돌리고 남은 쿠키를 까먹으며 담배를 피웠다.
아주 꿀같은 휴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