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925 - 뭐해? 내 생각.
요새 누군가가 나에 대해 해 주는 얘기를 몇 번 듣고 신기해하다 보니 나도 나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새롭게 알게 된 건 나는 웬만하면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산다고 생각했고 남들도 날 거침없이 말 다 하는 사람으로 보는데, 가까운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참고 이해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점. 나한테 진짜 무례한 언행을 했다든지 배려없이 상처주는 모습을 보였다든지 하는 경우 가까운 사람이면 일단 화내는 행동에 한번 제동이 걸린다고 해야 하나? 다른 사람이었으면 바로 뭐라고 했을 것을 그 반응성이 훨씬 줄어든다. 일단 화는 내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가 발동이 되는데, 만약 그게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언행이라면? 저건 진짜 아니지 싶은 거라면? 여기서 화내기 싫은 마음과 이해가 되지 않는 머리가 충돌해서 에너지가 쓰이기 시작한다. 이렇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거 아닐까? 나쁜 뜻으로 말한 건 아닐 거야. 알고 보니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해가 가지. 어떻게든 선해해 보려고 노력한다. '가까운 사람'이 '실망스러운 사람'이 되는 상황을 원하지 않아서다. 정말 이해를 하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왜 그렇게 말했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는데 상황이 지나치게 진지해진다는 점이 별로고 무엇보다 상대방이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원하는 답은커녕 안 물어보느니만 못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안 그렇겠다 싶은 경우에만 물어봤었고 아직까진 100% 다 잘 풀렸다.
혼자 이렇게저렇게 이해하려는 과정을 어쩌다 주변의 제3자가 알게 돼서 그런 행동을 그렇게까지 이해하려 드냐고 진짜 부처다 라는 말까지 몇 번 들었지만 글쎄 그게 내가 부처라서일까, 그거랑은 좀 다른 것 같은데 아직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더 생각을 해 봐야겠다. 남들은 이해가 안 간다고 해도 나는 쉴드칠 수 있는 범위의 언행들이 있고, 남들은 괜찮다 생각해도 나는 손절범위인 언행이 있는 거 아닐까. 그래도 비율로 보자면 "난 그런 사람이랑 못 지내겠던데 넌 참 포용력이 좋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들었던 것 같긴 하다. 어울리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은 편이긴 하다. 최근 몇 년간은 다들 알만한 이유로 조금씩 가지가 쳐지고 있지만. 그러다 보니 나랑 더 잘 맞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고 나에 대해 알아가면 갈수록 그것도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이 사람은 이런 게 배울 점이고 나랑은 이래서 잘 맞네. 이 사람은 이런 건 없지만 저런 게 있어서 나랑 잘 맞는다. 하는 것들을 더 선명하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걔 뭐 그냥 재밌잖아 하하하 하던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주파수가 잘 맞는 사람들과 있으면 영혼이 풍부해지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