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이사일기 - 210418 - 이제 좀 정신이 드니..?

A for Arden 2021. 4. 19. 00:00

(1인)가정이 무너지고 나라가 무너지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체감되니 오늘은 불안함이 좀 가셨다.

 

아침에 이불에서 뭉개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전화와서 지금 당장 집을 볼 수 있냐고 해서 폭풍같이 옷을 갈아입고 어제 못 한 설거지를 해치웠다. 붙박이 냉장고가 냉장고같지 않게 신기하게 생긴 건 알겠는데, 저게 냉장고라고 하면 열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당황스럽다. 내부 크기가 가늠이 안 돼서 그렇겠거니 한다. 그저 집이 빨리 나가길 바랄 뿐...

 

어제는 집주인한테 전화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밤이 돼서 결국 못 했는데 오늘 드디어 통화버튼 누르기에 성공했다.

오후에 만난 지인들에게도 얘기했지만, 내가 남한테 뭘 부탁하거나 아쉬운 소리하는 걸 평소에 너무 어려워하는데 당장 발등에 화염병이 떨어지게 생기니 하게 되더라. 이것도 집주인한테 바로 한 건 아니고, 이미 나한테 집주인이 안된다는 입장을 계속 전했던 건물 관리인 겸 중개사분한테 먼저 연락해서 "제가 집주인분한테 직접 전화해서 얘기해 봐도 될까요...?" 이런 다음에 전화를 했다.

 

결론은 '안 된다'였다. 마음의 준비를 태산만큼 했어서 크게 좌절하진 않았다.

대신 어제 미사연 사람들이 크라우드펀딩 이야기를 해서 떠올린 아이디어를 실행해 볼까 싶다.

내 이름으로 지인용 채권 증서를 만들어서 금액은 자율 기입, 이자는 시중금리 대비 높게 쳐서 한 달 짜리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소원 들어주기 쿠폰 같은 것처럼(난 안 만들어 봄), 법적인 효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증서다.

이 생각을 하고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갑자기 신이 났다.

나름대로 진짜 채권의 형태를 갖춰 보려고 채권 증서 검색까지 해 봤다.

 

내 또래 친구들이 누가 현금을 몇 천씩 들고 있겠냐만, 몇 백씩이라도 십시일반하면 조달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들었고 물론 이 희망적인 생각의 큰 양분은 H언니...고마워요.....

오늘 만난 J와 S님들한테도 많은 도움과 화이팅을 받았다. 그래 이런 거 가지고 어디 죽으란 법 있겠어? 되겠지! 될거야! 되게 만들어야지!